Home > 아티스트 > 김겸순 수녀

독일 뮌헨국립미술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2회
단체전 다수

인천 가톨릭대학 성당
서울 돈암동 성당
대전교구 정하상 교육관 성당
의정부교구 마두동 성당
성글라라 장성수도원 성당
춘천교구 교구청 소성당
네델란드 테글렌 노틀담 수녀원 성당 등에 작품 제작

 


김겸순 수녀의 뜻 그림

김겸순수녀의 그림은 우선 그 신선한 감성이 소리 없이 보는 이의 마음을 적셔줍니다. 이 요란한 시대 한복판에서 예기치 않은 맑은 물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것을 보는 듯 합니다. 나도 모르게 별개의 세상 잊어버렸든 옛날의 고향풍경 속으로 내가 들어와 있는 것을 보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아주 까마득히 멀리 사람들 손이 닿지 않은 별천지를 만나는 것 같기도 하고 늘 가까이 있으면서도 눈여겨볼 수 없었던 친근한 풍경을 김수녀는 새삼스럽게 우리 앞에다 펼쳐 놓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보통으로 접하는 그림들과는 어느 만큼의 거리가 있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15세기 이태리에 안젤리코라는 수도자 화가가 있었습니다. 르네상스라는 큰 흐름 속에 수많은 훌륭한 화가들이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복자 안젤리코의 그림은 어딘가 다른 점이 있는 것입니다. 다른 이들이 잃고있는 영성이라 할지 겸손이라 할지 이른바 영원의 숨결이라 할지 그렇게 구별되는 무엇이 있습니다. 중세미술이 갖고 있는 것, 그러면서 르제상스화가들에게서 빠진 것, 많은 이들이 아름다움의 탐구에 열중하다가 신앙을 잃은 것입니다. 안젤리코의 그림에는 시양이라는 열성(熱性)이 그림에 배여있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김수녀의 그림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수녀의 성서 그림은 그 이야기를 설명하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야기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 그림 속에는 이야기에 담긴 뜻이 새겨져있습니다. 그 뜻을 음미하는 냄새가 묻어있습니다. 그리하여 아주 먼 데를 향해서 열망하는 그리움같은 것이 보입니다. 예술과 신앙사이에서 그 양면을 함께 끌어안고 옛날 그림처럼 진 · 선 · 미를 동시에 실현하려는 그런 이상(理想)이 보입니다. 그것은 요즘 같은 세태에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수도생활을 한다해서 다 되는 일도 아닙니다.

믿음이 없는 시대에 그림으로 믿음을 살고, 그림이 의미를 배제한 풍토에서 뜻그림으로 시대를 역행하고 있습니다. 김수녀의 그림은 청록색과 적황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종교그림들은 대체로 그러했습니다. 관상(觀想)의 색채가 아닌지 싶습니다. 김수녀의 그림에서는 회화적인 것이 우선입니다. 회화라는 방법으로 신앙이라는 삶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세상을 물질만능주의라고 합니다. 이런 때에 정신적인 가치를 그림으로 추구한다는 것은 화가로서 그만큼 큰 부담이 따르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는 물질을 지나치게 쫓다가 정신이 작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겸순수녀의 그림을 아껴야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예술을 방편삼아 세상 맑히는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조각가 최 종 태·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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