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김민수 신부님의 문화 이야기
복합 종교 문화 공간으로서의 성당


1. 미래의 블루오션·복합 문화 공간

최근 한국 사회의 두드러진 문화 현상 중의 하나는 “문화 공간의 복합화” 추세일 것이다.
복합화란 서로 다른 여러 기능을 한 군데 집결시켜 보다 나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다.
문화 공간의 복합화는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한 가지는 기존의 일상 문화 공간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청, 동사무소, 우체국, 지하철역과 같은 공공 공간이나 백화점, 편의점과 같은 상업 공간 등이 지역 주민의 쉼터이자 문화 공간으로서 복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동네에 있는 동사무소들은 본래 행정 업무만 취급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예, 단전호흡, 영어 교실, 동화 구연과 같은 문화 강좌를 운영하는 주민 자치 센터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독서실과 새마을 문고, 헬스장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갖추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동사무소들이 민원 서비스와 문화 서비스를 고루 갖춘 주민 생활 중심 공간으로 진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 공간의 복합화에 대한 또 다른 형태는 새롭게 출현하는 다양한 소비문화공간들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원스톱 쇼핑몰, 대형 마트, 백화점, 찜질방, 카페 등은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신촌이나 명동 등지에서 카페로 성공한 “민들레 영토(민토)”를 들 수 있다. 민토는 기존 카페 개념에다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감성 마케팅을 접목시켜 많은 이들, 특별히 젊은 층이 부담 없이 와서 편안하게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민토는 다양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공간에다가 독서실, 세미나실, 연극이나 영화 감상실, 음악 연주나 콘서트를 위한 공간, 심리 상담 공간, 신인 작가의 작품 전시장인 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영화관도 예외 없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CGV 목동’처럼 영화를 관람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연극도 보고, 온라인 게임도 즐기며, 콘서트도 감상할 수 있도록 다기능 문화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개그 공연, 마술쇼, 스포츠 중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영화관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영화관은 공연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복합 문화 공간이 점차 확산되고 대중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다양화되고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개성,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이 깔려 있다. 거기에다 합리성, 이익, 질서, 편리함, 아름다움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날로 증대해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공간 자체에 대한 문화적 욕구로 드러난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 공간들이 얼마나 많이 생겨났는가? 시청 앞 서울 광장, 복원된 청계천, 여의도 공원, 대학로와 같은 공공 공간을 비롯해서 노래방, 비디오방, 전화방, 게임방, 각종 체인이나 프렌차이즈 음식점 등의 소비문화 공간이 출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충족시켜야 하는 요구의 양은 그 절대 수용 능력을 훨씬 넘어서기 때문에 공간의 복합화는 필연적 결과인 것이다.

2. 성당·복합 종교 문화 공간

공간은 단지 물리적이거나 지리적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을 지닌다.
공간의 사회성은 거룩한 장소인 성당도 예외는 아니다. 일례로, 명동 성당은 객관적이거나 추상적인 공간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과 역동적으로 교섭하면서 새로운 삶의 의미와 형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재구성해왔다. 즉, 명동 성당은 한국 천주교회를 대변하는 종교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 차원에서 조망해야 할 만큼 정치 사회성을 품고 있다.

공간이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어떠한 공간도 사회적 변화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성당 공간은 성스러운 곳이지만 사회 변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의 정보화와 세계화는 공간의 재배치를 활발히 진행시켜 왔고, 일상의 모든 활동과 교호 작용은 끊임없이 새로운 공간을 생성시켜 왔다. 교회 공간도 성스러운 예식만을 거행하고 그에 따른 행정, 단체 모임, 기도, 교육관, 사제관이나 수녀원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시대적 변화에 따른 공간의 재배치가 일어나 공간 활용의 형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사회 구성원인 동시에 성당이라는 본당 공동체의 구성원인 신자들의 문화적 욕구가 증대되면서 이에 따른 다양한 문화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노인 대학, 어린이집, 재활용 매장, 우리농 매장, 문화 센터, 노인 전문 상담실, 가족 상담실, 휴게실, 동아리방 등 새로운 공간들은 신자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참여할 수 있도록 창출되고 있다. 긍정적인 면에서 본다면, 오늘날의 교회 공간은 중세 시대에 사람들의 일상적 삶과 통합된 기능을 수행했던 양상으로 복귀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성당 공간이 문화적으로 활용되는 현상은 핵심 공간이나 부속 공간의 전통적 기능에 대한 변화를 시사한다. 핵심 종교 공간이라고 불리는 성전에서 연극, 오페라, 또는 음악회가 공연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전시회나 학술 세미나가 개최되기도 한다. 부속 종교 공간에서는 신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문화 센터, 동아리, 평생 교육 내지 복지 프로그램 등이 실행되고 있다. 따라서 성당 공간을 단순히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거룩한 공간으로만 이해하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세속의 영역을 끌어들이고 정화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종의 종교 공간과 같은 ‘거룩한 공간의 일상화’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시대적 적응이라 할 수 있는 성당 공간의 문화적 활용은 궁극적으로 복합성이라는 특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당 공간은 도시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기능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성사와 전례의 장, 평생 교육의 장, 예술 문화의 장, 친교와 일치의 장, 복지 문화의 장, 청소년 문화의 장이 복합적으로 실천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 사목과 열린 사목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간 간, 사람 간의 적절한 연대와 연계, 주변 이웃에게 개방적인 자세가 될 때 성당은 바람직한 복합 종교 문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글 쓰기
 
   복합 종교 문화 공간으로서의 성당
 
클릭하시면 이니시스 결제시스템의 유효성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