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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 콘텐츠


 

1. 종교문화로 세상과 소통

 

최근 종교문화의 콘텐츠화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외에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종교문화콘텐츠는 템플 스테이(Temple Stay)다. 2010년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템플 스테이 사찰은 109개소에 달한다. 그만큼 템플 스테이 이용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템플 스테이 참가자의 60%가 타종교인이며 이들 중 대부분이 새로운 종교세계를 경험하고 이해하려는 20~30대라는 것이다. 불교문화체험 프로그램은 심신이 지친 현대인에게 마음의 안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종교간 대화에도 큰 몫을 하는 셈이다.

개신교와 가톨릭은 음악, 연극과 뮤지컬, 방송, 신문, 라디오와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을 통한 문화콘텐츠 생산과 보급에 매우 활발하다. 특히 개신교는 교단이나 개교회가 직접 운영하여 막대한 투자로 종교영화 같은 미디어 분야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거나 활용한다. 스포츠나 각종 취미생활을 위한 동호회가 구성되어 새로운 소공동체가 형성되고 있으며, 교회 공간이 지역사회에 개방되어 재활용 가게, 우리농 매장, 음악회나 강연, 북카페, 문화센터 등의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왜 모든 종교가 고유한 문화 원형을 콘텐츠로 재창조하여 보급하고 확대시키고 있는가? 그 이유는 종교문화의 생활화와 대중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종교문화콘텐츠는 종교와 세상 상호 간에 소통을 이루게 한다. 이런 상호소통 속에 종교문화가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종교적 진리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따라서 종교문화의 콘텐츠화는 종교가 현재와 미래에도 존재하게 하며 그 의미를 실천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종교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 가톨릭교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2. 가톨릭문화콘텐츠의 현실 

 

한국사회가 개인주의와 다원주의와 함께 탈근대화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개인의 욕망과 선호를 충족시키는 ‘선택의 문화’가 일상화되어 있다. 소비와 여가생활 자체가 개인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된다. 이런 문화적 현상은 이미 500만이 넘는 신자수로 교세가 확장된 한국 가톨릭교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앙의 실천이 다양화·다원화되고 있다. 피정을 예로 들면, 예전에는 단체피정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대상, 내용, 장소 등에 따라 피정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다채롭다.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 이냐시오 영신수련, 향심기도, 예수마음기도, 성령 대피정, 영적 성장을 위한 감성수련 피정, 미혼여성을 위한 주말 피정, 가족단위 피정, 캠프와 접목된 청소년 피정, 관광 성격이 가미된 피정, 양수리 콜베마을 효소단식 피정, 음악 피정, 영상 피정, 책과 함께하는 피정 등. 

피정 프로그램뿐 아니라 신앙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방법의 성경 공부, 스포츠나 취미에 따른 각종 동호회, 신앙의 내용을 풍요롭게 하는 문학과 예술, 순교영성을 체험하는 다양한 성지순례, 소셜미디어나 스마트폰을 통한 디지털 사목 등 새롭게 등장하는 교회문화는 다양해진 신자들의 욕구와 눈높이를 충족시켜 주도록 선택의 폭을 넓게 해 준다.

새로운 교회문화는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창조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단지 신앙생활의 편리성보다 신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움직이기 시작한 기차에 오를 때 차와 직각으로 뛰어 와서 승강구에 오르지 않는다. 그랬다간 굴러 떨어지기 십상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차와 같은 방향과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뛰어 오르는 것이다. 그래야만 쉽게 승강구에 오를 수 있고 위험하지 않다. 마치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기 위해 당신 자신을 낮추셨듯이 말이다. 

교회문화가 새로워지며 다양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기존 사목의 틀과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비록 새로운 교회문화로 정착되었다 해도 사회와의 소통이라는 넓은 지평보다 교회 내의 소통으로 국한시키는 한계를 보인다. 

어느 개신교 신학대학 교수 한 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톨릭 순교성지가 가톨릭 신자들만 찾는 장소가 되고, 순교자가 가톨릭 신자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면, 그 성지는 사회에서 고립된 섬일 뿐이며, 그 순교자는 유폐된 게토의 영웅일 뿐이라고… 교회가 순교자를 기리고 순교성지 조성과 순교자 시복시성 운동에 많은 힘을 쏟고 있지만, 그 노력이 혹시 가톨릭 내부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닌지를 꼬집는 참 날카로운 지적이다. 종교의 벽을 넘어 가톨릭교회를 위한 애정이 깃들인 충고다. 물론 오해에서 비롯된 내용도 있겠지만, 그 교수의 가톨릭교회를 향한 제안에는 뼈가 있다. 

“신자나 비신자를 떠나 순교성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되고, 순교자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톨릭 스스로 순교의 의미를 단지 신앙의 맥락이 아닌 우리 사회와 역사의 더 넓은 맥락에서 되살피고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회는 끊임없는 성찰과 반성을 통해 시대적 징표에 적절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여 신자뿐만 아니라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새로운 교회문화는 가톨릭문화콘텐츠로 구체화된다. 그것은 영화 및 드라마, 만화 및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공연(연극, 뮤지컬, 퍼포먼스 등), 박물관 및 전시, 테마파크, 테마투어, 축제 및 이벤트 등으로 표현된다. 이런 문화콘텐츠의 궁극적 목적은 ‘문화의 복음화’다. 교회의 근본적인 사명인 복음화가 문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또한 문화 자체가 복음화되어야 한다. 

 

 

3. 문화의 복음화를 위한 문화콘텐츠 개발

 

해인사에 팔만대장경을 소장하고 있는 것과 팔만대장경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디지털화를 통해 팔만대장경은 새로운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화된 팔만대장경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불교문화의 원천이 가공되고 재구성되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에서 3년간의 노력 끝에 “매스컴 종사자를 위한 천주교 용어집”이 곧 발간된다. 이 용어집은 책, PDF, e-book, 그리고 가톨릭앱 형식의 다양한 미디어로 나타날 것이다.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방식이다. 책이라는 인쇄미디어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로 전환되어 전자책으로 또는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사용될 수 있다. 

순교자 이성례 마리아 이야기는 가톨릭문화 원천이지만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재구성된다면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재현될 수 있다. 소설, 드라마, 연극,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다양한 미디어로 생산되고 확산될 때 누구에게나 쉽고 감동적으로 순교 이야기가 수용되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이제는 한국 순교성지가 어느 정도 개발되어 있다. 정성 어린 성지 조성으로 하드웨어적인 면은 잘 가꾸어져 있지만 성지에 관련된 이야기에 관한 소프트웨어 개발은 더 필요하다. 순교성지에는 감동적이고 신앙적인 문화원형자료가 풍부하다. 이런 자료를 활용한 ‘디지털 박물관’을 세우기를 제안한다. 디지털 박물관은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도 순교영성에 흠뻑 취하게 하여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신앙을 새삼 깨닫게 할 것이다. 이 박물관에 들어가면 한국순교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디지털 가상체험을 통해 순교자를 만나서 대화하고, 순교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순교의 의미를 깊이 간직할 것이다.

가톨릭문화콘텐츠는 세상 문화의 대안이 된다. 정신과 마음을 오염시키며 비인간화하는 죽음의 문화가 만연해 있는 세상을 생명의 문화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교회는 가톨릭문화콘텐츠의 개발과 확산에 관심을 가지고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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