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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방송과 IPTV


 

최근 디지털 미디어가 워낙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아날로그 세대에 디지털 문화를 조우한 ‘디지털 이민자’는 N세대와 같은 ‘디지털 원주민’처럼 새롭게 출현하는 미디어 기술을 따라잡기가 어렵다. 특히 얼마 전에 등장한 스마트폰과 트위터 등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예를 들어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와 만남으로 새로운 인간형인 “똑똑한 군중”(smart mobs) 즉 모바일 시티즌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제는 모바일폰에 인터넷과 컴퓨터 기능이 결합되면서 이동하는 중에도 유비쿼터스 환경을 실현하게 되었다. 디지털 미디어의 급격한 진화는 세대 차이뿐만 아니라 정보 격차도 극명하게 만들고 있다. 어느 누구도 디지털 환경을 벗어날 수 없고, 다만 거기에 적응할 뿐이다. “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가 대세다.

교회 역시 디지털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 한 예로, 주일 미사 중에 맨 앞자리에 있던 청년 예비신자가 휴대전화를 계속 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스마트폰으로 매일미사 내용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터치만 하면 다음 화면을 보게 되어 있다. 이처럼, 교회 제도에서 신앙 실천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교회 행정의 전산화, 웹사이트나 SNS를 통한 가상 공동체 운영, 모바일을 통한 문자 메시지 전달 등 사목과 선교 활동이 디지털 미디어 소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떠오르는 것은 IPTV(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 서비스다.

 

 

1. IPTV 출현

 

작년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잘 아는 신자 집에 며칠 머물면서 미국 교포들의 한국 드라마 시청 방식에 변화가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과거에는 한국 식당이나 가게에서 비디오를 대여하여 보고 난 다음 반납하였지만, 위성 방송이 생기면서 집 뒤뜰에 커다란 위성 안테나를 세워 시간대별로 시청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텔레비전에 노트북을 연결하여 인터넷에 있는 유료 다운사이트에서 원하는 한국 드라마를 다운받아 시청하고 있었다. 인터넷에 있는 콘텐츠를 텔레비전이라는 큰 화면을 통해 보니 과거처럼 비디오를 빌려 오거나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시간을 꼭 맞출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종의 초보적인 IPTV인 셈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IPTV가 시행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KT, SK, LG와 같은 대기업체들이 다양한 서비스 중의 하나인 IPTV를 제공하고 있다. 시청자는 이미 축적된 지상파 방송사 프로그램들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꺼내서 보는 VOD(video on demand : 주문형 비디오) 방식을 갖추고 있고, 일부는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업로드시켜 판매할 수 있도록 참여와 공유 개념을 선택하고 있다. 2년 후에는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가 아날로그 방송을 폐지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그때에는 텔레비전 시청 방식이 시청자의 취향에 따른 프로그램 선택과 양방향 소통에 따른 시청자 참여와 공유가 가능한 IPTV 서비스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 예상한다.

 

 

2. 종교 IPTV 발전

 

한국 종교 방송은 1950년대 시작한 CBS 기독교 라디오 방송을 필두로 최근 FM라디오 방송, 케이블 방송, 위성 방송, 인터넷 방송, DMB(휴대폰이나 PDA에서 다채널 멀티미디어 방송), 그리고 최근에 등장한 IPTV 방송으로 진화되면서 이제 본격적인 디지털 미디어 선교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종교 IPTV를 보면,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가 이미 1~2년 전부터 IPTV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천주교에서는 평화방송 케이블TV가 SK브로드밴드, KT쿡 등 대형 IPTV 사업자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불교 역시 불교방송을 IPTV 채널로 운영하고 있으며, 원불교는 원불교TV를 IPTV로, 개신교는 여러 개신교회가 연합하여 IPTV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종교 IPTV는 오직 VOD 방식이기 때문에 가입한 신자들은 오직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할 뿐 IPTV이 지닌 쌍방향 소통에 참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기존 종교 IPTV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자체 기술로 셋톱박스를 개발하고 기존 대형 사업자와 독립된 IPTV가 2010년 3월 21일 개국한 ‘우리 본당 TV’이다. 이 시스템은 IPTV의 강점으로 꼽히는 양방향성을 극대화시킨 형태다. 본당의 모든 사목 활동에 관한 동영상뿐만 아니라 본당 신자들이 직접 제작한 UCC를 손쉽게 올리고 이를 다른 본당의 신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IPTV의 사목적 활용에 관심을 가져왔고, 드디어 ‘우리 본당 TV’를 본인이 사목하는 역촌동 성당에서 실시하게 되었다. 

‘우리 본당 TV’는 한국 천주교 내 공동체 네트워크의 의미를 가지며, 더 나아가 아시아, 세계로 확장되면 세계 가톨릭교회와 신자 간의 커뮤니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 본당 TV’ 편성 프로그램은 “기도, 강론, 강좌, 영화, 다큐, 뉴스, 참여 영상, 부가 서비스”이며, 각 프로그램을  TV 리모콘으로 누르면 하위 프로그램들이 나타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집에서 선택하여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본당 TV’는 우선 가정 성화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을 주고, 본당과 신자, 신자 간에 친교와 일치를 도모하며, 기존 사목과 연계하여 본당 공동체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 특히 교회에도 고령 인구가 많아져 인터넷 접근이 쉽지 않은 신자 계층이 늘어나면서 조작이 쉬운 IPTV는 이러한 신앙생활에 대한 수요까지 채워준다. 

‘우리 본당 TV’는 기존 평화방송 케이블 TV를 위한 하나의 아웃렛이라 할 수 있다. 평화방송에서 제작하여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프로그램은 몇 번의 재방송을 하고 있지만 신자들이 용이한 시간에 보지 못할 때도 있다. 따라서 ‘우리 본당 TV’가 평화방송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을 축적하여 제공한다면 신자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어서 평화방송 프로그램을 신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시키고 더 자주 시청하게 해준다. 또한 평화방송 프로그램들에 대한 맛보기 UCC를 보여준다면 프로그램 홍보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3. 종교 IPTV가 고려할 점

 

종교 IPTV가 등장하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IPTV가 접근용이성이라는 강점 때문에 혹시 교회나 절·성당에 나오지 않아도 TV를 통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으른 신자’들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진정한 신앙 행위는 현실적인 시공간에서 서로 직접적인 만남과 친교를 통해 성사의 거룩함을 체험해야 하기 때문에 원격으로 성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IPTV의 쌍방향성은 신자 개개인의 UCC 참여와 공유를 가능하므로 설교와 강좌 중심의 기존 종교 방송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가톨릭의 가르침에 어긋난 개별적 주장이 난무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교회 혹은 본당 차원에서 IPTV 동영상 콘텐츠의 식별과 제한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보약이 있다 해도 그것을 섭취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요즘 영상 팀을 구성하여 동영상 제작과 활용에 힘쓰는 본당들이 늘어나고 있고, 몇몇 교구에서는 VJ(video journalist) 양성 교육과 가톨릭 UCC 코너를 운영하고 있어서 앞으로 IPTV와의 다양한 연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교회는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라는 미국의 덜레스 추기경 말씀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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